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배경, 특징, 장단점 등

Published on: 2025-01-05

최근 반도체 산업은 극도로 미세화되고 고성능화되어 가면서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 그리고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광학 기술(포토닉스)과 반도체 공정을 융합한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실리콘 기반의 CMOS 공정 상에서 빛(광신호)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하는 이 기술은, 기존 전자 신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대역폭과 전력 소비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탄생 배경과 특징, 구체적인 장단점, 그리고 실질적으로 상용화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리콘 포토닉스의 배경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 센터, 그리고 인공지능(AI) 연산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초당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량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금속 배선을 통해 전자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칩 내부와 칩 간, 혹은 서버와 서버 간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자 배선에서 생기는 저항과 발열, 신호 감쇠 문제가 심화되어, 결국 전송 효율이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된 방법이 바로 광학(빛)을 활용한 데이터 통신입니다. 광섬유 통신 기술은 이미 장거리 통신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를 단거리·칩 내부까지 확장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실리콘 포토닉스로 연결된 것입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존 CMOS 공정에서 사용하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포토닉 소자를 제작해, 전자 회로와 광학 소자를 일체형으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실리콘 포토닉스의 특징

실리콘 포토닉스의 가장 큰 특징은 CMOS 공정 기술과 호환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반도체 칩은 CMOS 기반 기술로 생산되므로, 포토닉 소자를 이 공정과 결합할 수 있다면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 집적도 향상: 광학 소자를 실리콘 칩 위에 집적하면,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광학 부품(레이저, 변조기, 검출기 등)을 칩 내부로 넣어 소형화가 가능합니다.
  • 고속·저전력 전송: 광신호는 전자 신호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대역폭을 지원하고, 열 손실이 적으며, 장거리 전송 시에도 감쇠가 적습니다.
  • 상호 호환성: 이미 구축된 실리콘 기반 반도체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점: 고속∙대역폭∙집적도

초고속 대역폭

전자 신호를 대신해 빛을 사용함으로써 테라비트(Tbps) 단위 이상의 전송도 가능해집니다. 특히 병렬 처리를 위해 포토닉 칩을 여러 개 연결하면 전송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낮은 전력 소비와 발열

전자 회로의 병목 지점 중 하나는 발열입니다. 광신호는 저항에 의해 열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칩 차원에서의 전력 효율과 발열 관리 문제가 상대적으로 단순해집니다.

소형화와 집적도 향상

기존 광학 부품들을 실리콘 기판 위에 직접 집적하면, 별도의 디바이스나 부품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좁은 면적에서 더 많은 기능을 구현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CMOS 공정 기반 확장성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CMOS 공정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가격 경쟁력을 극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생산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점: 레이저 집적과 소재 한계

레이저 소자 집적의 어려움

실리콘은 직접 밴드갭(Direct Bandgap)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인 레이저 발진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광원을 칩 내부에 직접적으로 구현하기보다는, 종종 III-V족 화합물(인듐 인산 등)을 다른 웨이퍼에서 만들어 결합해야 합니다. 이는 공정 복잡도와 제조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열 안정성 문제

반도체 칩이 고온 환경에 놓이면 빛을 제어하는 포토닉 구조(도파로, 변조기 등)의 물리적 특성이 변하기 쉽습니다.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냉각 기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설계 복잡성

전자 회로만 다루던 엔지니어링 환경에서, 광학 설계(파장, 편광, 간섭, 모드 설계 등)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칩 설계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고, 전문 인력 수급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됩니다.

실제 사례와 활용 분야

데이터 센터의 광트랜시버(Optical Transceiver)

이미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내 서버 간 통신에 광트랜시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텔(Intel)은 수년 전부터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트랜시버를 양산 중이며, 이를 통해 100Gbps 이상의 전송 속도를 구현합니다.

AI/ML 가속기와 HPC 시스템

인공지능 모델이 점점 대형화됨에 따라, 대규모 병렬 연산이 필수적이게 되었습니다. 이때 GPU나 AI ASIC 간 빠른 데이터 교환이 중요한데,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네트워크 인터커넥트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칩 간 패키징(Chip-to-Chip Interconnect)

서버 단이나 데이터 센터를 넘어, 동일한 PCB 상에서 여러 반도체 칩이 통신해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첨단 패키징 기술과 결합해 칩 간 통신로를 광학화함으로써 대역폭을 높이고 발열·전력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광컴퓨팅(Photonic Computing)

아직 연구 단계이긴 하지만, 전자 대신 빛을 사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광컴퓨팅’이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행렬 연산을 광학적으로 수행해 기존 전자회로보다 훨씬 빠른 결과를 얻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실리콘 포토닉스는 이 분야의 중요한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향후 전망

실리콘 포토닉스는 미래 반도체 산업에서 데이터 전송 및 처리 효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주요 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5G에서 6G로 넘어가는 통신 세대 변화, 대규모 AI 모델 및 고성능 컴퓨팅의 확산 등은 초고속∙초저지연 광학 솔루션 수요를 더욱 높일 것입니다. 그러나 레이저 집적 문제나 소재의 한계, 설계 생태계 미비와 같은 현실적인 과제를 해결해야만 궁극적인 대중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은 이제 막 본격적인 상용화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응용이 가능하고,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과 맞물려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자 공정과 광학 공정의 융합은 기존 반도체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과 동시에, 엔지니어와 연구진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안겨줄 전망입니다. 기업들이 실리콘 포토닉스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대형 파운드리와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투자 흐름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맺음말

결론적으로, 실리콘 포토닉스는 미세화·고성능화의 물리적 한계가 다가오는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전자 회로와의 상호 보완을 통해 보다 빠른 통신, 더 효율적인 연산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서비스,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입니다.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허들도 존재하지만, 광과 반도체의 융합이라는 기조가 가져올 변화의 파급력은 이미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리콘 포토닉스가 어떻게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꾸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